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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폭발은 예측이 가장 어려운 자연재해 중 하나입니다. 지하 마그마 활동, 지진파 변화, 가스 분출량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데다, 이들의 비선형성과 복잡도는 기존 AI 기술로는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 양자컴퓨팅 기반 기계학습 모델인 VQC(변분 양자회로)와 QBM(양자 볼츠만 머신)이 화산예보에 접목되며,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기술의 원리, 화산 데이터와의 결합 방식, 그리고 실제 적용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봅니다.
화산 예측에서 AI의 한계와 양자의 도전
화산은 마그마의 상승, 지표 지진, 가스 누출, 지각 변형 등 다양한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동적 시스템입니다. 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시간 센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차원 비선형 데이터는 전통적 AI, 특히 CNN이나 RNN 기반 모델로는 처리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존의 기계학습 방식은 과거 사례 기반으로 예측을 수행하는 탓에, 데이터가 부족한 지역이나 복합 변수 간 상호작용이 높은 상황에서는 정확도가 낮아집니다. 또한 학습 시간이 길고, 에너지 소모도 높아 실시간 대응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양자기계학습(QML)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VQC(Variational Quantum Circuit)와 QBM(Quantum Boltzmann Machine)은 양자 중첩과 얽힘 현상을 활용해 복잡한 상관관계를 학습하고, 예측 정확도와 학습 속도를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VQC·QBM 기술 원리와 화산 데이터 접목 방식
VQC는 양자회로의 파라미터를 조정해 특정 목표 함수(예: 분화 가능성)를 최소화하도록 학습하는 방식입니다. 고전 컴퓨터에서는 어려운 최적화 문제도, 큐비트를 이용한 양자 연산으로 더 빠르게 수렴할 수 있습니다.
화산 예측에서 VQC는 다음과 같이 사용됩니다.
- 입력값: 마그마 온도, 압력, 가스 농도, 미소지진 발생 패턴 등
- 양자회로 구조화: 큐비트에 정보를 인코딩하고 양자 게이트로 특징 추출
- 파라미터 최적화: 화산 분화 여부를 예측하는 이진 분류 문제로 변환
- 출력값 해석: 특정 지역 화산의 72시간 이내 분화 확률 도출
QBM은 전통적인 확률 기반 신경망인 볼츠만 머신을 양자 환경에서 구현한 구조입니다. QBM은 고차원 확률 분포를 학습하고, ‘보이지 않는 변수’까지 내포하는 능력이 있어, 가시적 징후가 적은 화산 초기 상태 예측에 적합합니다.
QBM은 화산 활동이 없는 기간의 지하 변동, 장기 기압·열분포 패턴 등 비표면적 변수를 감지하는 데 활용되며, 확률 샘플링을 통해 분화 가능성이 높은 상태들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적용 사례와 한국의 활용 전망
2024년 기준, 세계 각국은 양자AI를 화산 대응 시스템에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 일본 국립방재연구소(NIED): 아소산·사쿠라지마 화산 대상 VQC 모델 적용, 기존보다 24~36시간 빠른 경보 성공
- 미국 UC버클리 & NASA JPL: QBM으로 지진파-가스 통합 분석, 분화 후 지진 연동 예측 가능
- 영국 옥스퍼드대: VQC+QBM 하이브리드로 아이슬란드 장기 예측, 80% 이상 정확도 확보
한국은 아직 QML 기반 화산 예보 연구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제주 한라산, 울릉도, 백두산 남측 지역 등 화산 활동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 시범적 도입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상청과 지질자원연구원이 협업해 지하 마그마 경로 데이터와 실시간 센서망을 구축하고, VQC와 QBM 기반의 화산 예측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국가 재난관리 체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향후에는 양자머신러닝과 AI 기반 기상·지진 통합 분석 시스템이 결합돼, 단일 화산 예보를 넘어 국지 재난 예측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VQC와 QBM은 기존 AI로는 예측이 어려웠던 비선형 지질 현상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화산 예보 분야에서 이 두 기술은 각각 분화 시점 예측과 보이지 않는 위험 탐지에 특화돼 있으며, 함께 사용할 경우 예측 정확도와 반응 시간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지금부터 양자AI 기반의 예보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기술 개발 및 국제 협력을 본격화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