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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며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책 방향 이상으로, 한국은행이 디지털 통화 및 민간 금융 혁신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당 발언의 배경과 의미, 그리고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심층 분석해보겠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공식 입장 변화

    한국은행은 그동안 디지털 화폐, 특히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그 기조가 일부 전환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특히 이창용 총재는 "한은이 적극적으로 만들어줘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단순히 용인하는 차원을 넘어서 발행 주체로서의 역할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각국 법정화폐 기반의 디지털 통화를 실험하고 있는 상황과 맥을 같이합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디지털 유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CBDC) 등과 비교할 때, 한국은행은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해 왔지만, 기술적 테스트와 연구는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이번 발언은 이러한 기술적 준비가 정책적 전환과 맞물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는 정부 차원의 가상자산 제도화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되는 ‘디지털 자산 기본법’은 금융안정성과 혁신의 균형을 맞추는 규제틀을 제공합니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제도와 기준이 마련된다면, 한국은행 역시 정책 집행 기관으로서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리 정책과 디지털 자산의 연관성

    이 발언이 나온 시점도 흥미롭습니다. 한국은행은 2025년 7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인하하며 경기 부양 기조를 강화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는 점은, 통화정책과 디지털 자산 관리의 연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안정성에 직결되는 자산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변화와 같은 통화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정금리로 유지되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유통 속도, 민간 자산 운용 형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물가나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의 설계부터 참여하려 한다면, 이는 자금 흐름의 사전 통제를 통한 거시경제 안정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단순히 민간 발행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 주도의 하이브리드 모델 또는 공동 발행 방식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디지털 자산이 더 이상 주변적 금융 상품이 아닌, 통화정책의 일부로 통합되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이 이번 발언의 숨은 의미입니다.

    제도화 가능성과 민간 참여의 경계

    이창용 총재의 발언은 "민간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전면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보다는, 통제 가능한 프레임 내에서 "원화 연동형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즉, 시장의 자율성과 금융안정이라는 두 축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핵심입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이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미국 달러의 신뢰성과 전 세계적 유통력에 기반한 것입니다. 이에 비해 원화는 국제화된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국내 금융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또한, 은행·핀테크·가상자산 거래소 등 민간 주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로드맵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이 직접 발행할 것인지, 민간과 협력할 것인지, 혹은 기술 표준만 제시하고 감시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향이 향후 정책의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명확한 승인보다 유연한 유보적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신중한 접근을 택하겠다는 뜻입니다.

    이창용 총재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발언은 한국은행의 입장이 유연하게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민간의 혁신성과 중앙의 통화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아갈지는 앞으로의 정책 과정을 통해 구체화될 것입니다. 향후 금융·블록체인 관련 종사자 및 투자자들은 한국은행의 후속 입장 발표와 관련 법령의 제정 방향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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